2017년,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원래 동물을 좋아했고 언젠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처음 떠올린 건 강아지였다.
하지만 막상 함께 사는 모습을 생각해보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강아지가 짖으면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매일 빠뜨리지 않고 산책을 시킬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고양이들이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고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과 많이 교감하는 동물이었고, 무엇보다 내 생활에는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때는 고양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았다. 고양이는 집에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있어도 키울 수 있겠다고 여겼다.
품종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좋은 품종의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고 혈통서까지 받을 수 있는 고양이를 찾았다. 지금이라면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숍이나 캐터리를 통해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반려동물 알레르기에 대한 글을 보고,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에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검사해보기로 했다.
병원을 찾아가 혈액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제야 정말 고양이와 함께 살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물품과 고양이가 생활할 환경을 하나씩 알아보고 준비하면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2017. 05. 16
다온이가 우리 집에 왔다
검색 끝에 조건에 맞는 캐터리를 찾았다. 문의하고 분양받을 고양이를 예약한 뒤, 다온이를 데리러 직접 차를 몰았다.
도착한 캐터리에는 여러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예약한 고양이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 아이들과 놀았는데, 고양이마다 성격이 정말 달랐다. 만지려고 하면 피하는 아이도 있었고, 짧은 앞발을 흔들어대며 장난치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예약했던 아기 고양이가 왔다. 캐터리 주인은 정말 순한 아이라며 어제도 자기 아이와 끌어안고 잠을 잤다고 했다.
실제로 처음 만난 다온이는 조용했다. 울지도 않았고 내 손을 피하지도 않았다. 품에 안았을 때도 발버둥을 치거나 신나게 장난을 치는 대신 그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준비해 간 우주선 모양의 고양이 백팩에 다온이를 넣은 뒤, 다시 집까지 3시간이 넘는 운전을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다온이는 울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냥 잠을 잤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더 놀라웠다. 다온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위로 올라갔고 몸을 뒤집고 누웠다. 내가 의자에 앉아 침대 위에 다리를 걸쳐놓고 있으니 그 다리를 타고 올라와, 그대로 내 가슴에 몸을 파묻고 잠을 청했다.
2017년 5월 16일. 다온이와 나의 첫날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온이라는 이름은 순우리말에서 가져왔다. 좋은 일이 모두 다 온다. 그때는 그 이름을 가진 고양이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혼자 있는 다온이를 보며 둘째를 생각했다
다온이와 살기 시작했지만 당시 나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자연히 다온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길었다.
고양이는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막상 함께 살아보니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함께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처음부터 두 마리를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둘째 고양이를 맞기로 했다.
이때도 나는 품종을 따졌다. 둘째는 다온이와 다른 품종이었으면 했다. 지금이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이번에는 캐터리를 찾지 않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가정분양을 알아봤다. 품종묘를 다시 분양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당시에는 부담이었다.
그렇게 검색하다 눈이 바다처럼 파란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사진을 보고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긴 운전을 하게 됐다.
2017. 08. 20
작은 하얀 고양이를 만났다
이번에는 4시간을 운전했다. 한여름의 8월이었는데, 도착한 집에는 에어컨이 켜져 있지 않았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여름이면 고양이들을 위해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산다. 그래서인지 그날의 집 안 풍경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집 안에는 여러 마리의 성묘와 아기 고양이가 하나같이 힘없이 누워 있었다. 더위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더 놀랐던 건 화장실 안에서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함께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보면 바로 알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두부모래인지조차 몰랐다.
집 안의 환경과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기서는 분양받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집주인이 방문을 열며 말했다.
“이 고양이에요.”

방문이 열리자 아주 작은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앞에서 봤던 고양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쉴 새 없이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니고, 내 다리에 몸을 부볐다. 조용히 품에 안겨 나를 바라봤던 다온이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너무 작아서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집주인과 함께 동물병원으로 갔다. 검사를 받고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체중도 쟀다.
0.98kg.
그 숫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다온이는 2.78kg이었다.
그렇게 작은 하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출발했다. 우주선 백팩 안에서도 라온이는 쉴 새 없이 울었는데, 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까지 그렇게 떠들던 아이가 조용해졌다. 보니 사람처럼 차렷 자세를 하고 잠들어 있었다.
그 작은 고양이에게 라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순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이었다.
둘이 만나자마자 잘 지냈냐고 하면, 전혀 아니었다
라온이를 데려온 이유는 다온이가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첫 만남부터 둘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악질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라온이는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고, 다온이는 라온이를 끌어안고 뒷발로 팡팡 차기 시작했다. 다온이가 서열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인지, 반가워서 그랬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어쨌든 며칠 동안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다온이가 라온이에게 달려들면 라온이는 꼭 살려달라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결국 사고도 났다.
라온이 발톱에 긁힌 다온이 배에 길게 핏자국이 생길 정도로 상처가 났다. 당시에는 조금이라도 먼저 함께 살아온 다온이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라온이를 분양해준 집에 전화를 걸어 파양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성급한 생각이었다. 그때의 나는 두 고양이가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적응해가는지조차 잘 몰랐다.
분양자는 며칠만 더 지켜보고 그래도 어렵겠다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이 엉켜 라온이가 비명을 지르는 시간만 지나면 두 고양이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이 사진은 라온이가 집에 온 바로 다음 날인 2017년 8월 21일 찍었다. 조금 전까지 난리를 치던 아이들이 이렇게 같은 공간에 누워 있었다.
결국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스파이더맨처럼 가드를 올라가던 라온이
사실 처음부터 둘을 바로 합사시킬 생각은 아니었다. 방에 그리드 형태의 가드를 설치해 둘을 분리하려고 했다.
문제는 라온이였다.
그 조그만 몸으로 가드를 타기 시작하더니 스파이더맨처럼 천장까지 올라갔고, 결국 가드를 치울 수밖에 없었다. 계획했던 합사는 그렇게 사실상 실패했고, 둘은 반강제로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라온이의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작은 몸으로 가드를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고,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나와 처음 보는 사람 다리에 몸을 부비던 아이였다.
라온이는 처음부터 참 발랄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런데 파양까지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둘의 관계는 빠르게 달라졌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온이와 라온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몸을 붙이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잤고, 간간이 서로를 그루밍해주기도 했다. 처음 며칠 동안 라온이가 그렇게 비명을 질러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밤이 되면 둘은 내 침대에도 함께 올라왔다. 다온이는 내 팔 쪽에 몸을 붙이고 잤고, 라온이는 베개 위로 올라와 내 머리에 몸을 대고 잤다.


그렇게 셋이 함께 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혼자 있는 다온이가 마음에 걸려 계획에도 없던 둘째를 데려왔고, 데려온 지 며칠 만에 다시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결국 라온이는 떠나지 않았다. 다온이 곁에 남았다.
2026
그리고 9년이 흘렀다

9년이 지났지만 처음 만났던 두 고양이의 모습은 아직 선명하다.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울지도 않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던 다온이는 지금도 순하고 말이 없다. 대신 첫째답게 의젓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가 됐다.
방문이 열리자마자 쉴 새 없이 떠들며 달려 나왔던 라온이는 아홉 살이 된 지금도 수다쟁이다. 여전히 놀이에 진심이고 발랄하다. 그러면서도 겁은 많다.
둘의 관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끔 서로 냥펀치를 날리며 투닥거리지만 여전히 서로를 그루밍해준다.
2017년 8월, 파양까지 생각했던 두 고양이는 그렇게 지금까지 좋은 형제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나와 다온이뿐이었고, 라온이가 오면서 셋이 됐다. 그 뒤 결혼을 했고,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났다.
이제 우리 집에는 세 명의 집사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산다. 다온이와 라온이는 어느새 꼬마집사의 든든한 형들이 됐다.
좋은 일이 모두 다 온다는 이름
다온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던 2017년의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그 뒤 학위를 취득했고, 결혼을 했고, 아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다온이와 라온이는 계속 내 곁에 있었다.
다온이라는 이름에는 좋은 일이 모두 다 온다는 뜻을 담았고, 라온이라는 이름에는 즐거운이라는 뜻을 담았다. 2017년에는 그저 좋아서 지었던 이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시간이 어느새 9년이 됐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도 많고, 함께 살면서 남겨둔 기록도 많다.
좋았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 선택도 있었고,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있었다.
그 시간까지 모두 다온이와 라온이와 함께 살아온 9년이다.
다온·라온 이야기의 ‘나’에 대하여
이곳에는 지금은 부부가 된 남집사와 여집사가 각자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함께 올라올 예정입니다.
글마다 남집사와 여집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이야기는 편하게 ‘나’라는 1인칭으로 적어가려고 합니다.